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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 때리는 아이들

선생님 때리는 아이들


맞은 교사들 "피해자 대부분은 여성… 학교 가기 겁난다"
때린 학생 부모들 "교사가 원인 제공… 우리 애가 피해자"

학생이 교사를 폭행하고 성희롱하는 일이 계속해서 벌어지고 있다. 가해자인 학생의 연령대는 고등학생에서부터 이제는 초등학교 5학년 학생까지 낮아졌다. 폭행당한 교사들은 병가(病暇)를 내고, 학생은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간다. 학생이 교사를 때리는 일은 예전에도 있었지만 요즘처럼 빈번하지는 않았다. 교과부 자료에 따르면 초·중·고등학교에서 교사가 학생에게 육체적인 폭행을 당한 건수는 2008년 25건에서 2009년 35건, 2010년 상반기에만 53건으로 심각한 수준으로 늘고 있다. 폭행의 원인을 두고 교사와 학생은 서로를 지목한다.

교사는 "학교 가기 겁나는 세상"

한국교총이 10~11월 사이 교사들로부터 받은 '학교 현장 고충사례'에는, 교사가 학생에게 위협당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되어 있다. 사례에서 한 6학년 담임은 "키가 작아서 그런지 아이들이 쉽게 생각한다. 행동이 불량해 부모님께 전화를 한다고 하면, 자기 책상을 뒤엎고 뛰쳐나와 교탁을 발로 차기 일쑤고 대놓고 욕도 해 정상적인 수업을 할 수 없을 정도"라고 말했다. 서울의 한 중학교에서는 지난 10월 1년간 상습적으로 교칙을 위반한 학생을 학생부장이 교감에게 데려가던 중 어깨를 잡자 학생이 "체벌을 당했다"며 경찰에 신고해 학생부장이 조사를 받았다고 한다.

이동운 기자 dulana@chosun.com
 
'교사 폭행' 올 상반기에만 53건
가해 학생들 처벌은 사과·반성문… 퇴학 처분은 3년 동안 2건뿐
전문가들 "애 기 살려줘야 한다는 잘못된 가정교육이 교권 무너뜨려…
교사들의 소명의식 부족도 한몫"

'교사 폭행' 올 상반기에만 53건가해 학생들 처벌은 사과·반성문퇴학 처분은 3년 동안 2건뿐전문가들 "애 기 살려줘야 한다는잘못된 가정교육이 교권 무너뜨려…교사들의 소명의식 부족도 한몫"

폭행을 당하는 교사들은 대부분이 여성이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감은 "남자 교사보다 만만하게 보여서인지 몰라도 폭행의 피해자는 대부분 여성 교사였다"고 말했다. 폭행당한 교사들은 사건 직후 대부분 병가를 낸다. 입원하는 사람도 있고, 최악의 경우 전근(轉勤)을 간다. 11월 말 강원도 춘천 한 초등학생에서 교사가 학생으로부터 머리를 맞은 사건이 발생했다. 학교 관계자는 "아마 교사는 이 학교로 돌아오지 못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충격이 크다는 얘기다.

가해 학생이 받는 처벌은 상대적으로 약하다. 교사를 찾아가 사과해서 마무리되는 경우가 많고 사회봉사나 반성문을 쓰는 것으로 벌을 대신하는 경우도 있다. 2008년과 2010년에 고등학교에서 각 한 건씩 퇴학처분이 내려진 게 전부다. 교사들은 사고의 원인이 전적으로 학생에게 있다고 주장한다. 서울의 한 초등학교 교사(55)는 "매를 들거나 벌을 주지 않고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있는데, 요즘 학생들은 그럴 때마다 바로 대들거나 심할 경우 폭언이나 폭행을 한다"고 말했다.

학부모는 "우리 애가 오히려 피해자다"
그러나 교사를 폭행한 학생의 학부모들은 "때린 건 잘못이지만 교사가 원인을 제공했다"고 주장한다. 이달 16일
경기도 수원의 한 고등학교에서는 1학년 박모(15)군이 기간제 영어 교사 백모(25)씨를 폭행했다. 21일 만난 아버지(46)는 "어떤 경우라도 교사를 때린 건 잘못이지만, 교사에게도 잘못이 있었다"고 말했다. 박씨의 주장을 요약하면 이렇다. "수업시간에 교재를 가지고 오지 않은 학생 5명에게 교사가 '두 명씩 마주 보고 서로 머리를 때리라'고 지시해 학생들이 '못하겠다'고 하자 교무실에 가자고 말하며 잡아끌었다. 화가 난 박군이 '에이 씨○'이라고 욕을 하자 교사가 '너 집에 돈 많아?', '때릴 테면 어디 한번 때려봐' 라고 말했다." 박씨는 "사춘기 학생에게 '때릴 테면 때려봐'라고 도발하는 교사가 어디 있느냐"면서 교사가 할퀴어서 생긴 박군의 목 상처 사진과 몸싸움 중 교사가 찢은 학생의 교복을 보여줬다. 박씨는 "일이 원만하게 해결됐으면 좋겠지만 마음속으로는 그 교사에게 형사적 책임을 묻고 싶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교사 백씨는 "서로 꿀밤을 주는 벌칙을 준 적은 있는데 지금껏 아무 문제 없었다"고 말했다.

폭행 학생의 부모가 폭행당한 교사와 학교장을 폭력과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검찰에 고소했다가 취하한 적도 있다. 이 학부모는 전화통화에서 "할 말 없다. 아이가 소송으로 상처받는 게 싫어서 취하했다"고 말했다. 이달 9일
경기도 성남의 한 초등학교에서 5학년 남학생이 58세 교사를 때린 사건이 있었는데, 학생 부모는 "원래는 그런 애가 아니었는데 교사와 맞지 않아서 이렇게 됐다"면서 오히려 역으로 화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자기 자식만 생각하는 잘못된 가정교육과 교사가 되는 사람들의 '잘못된 직업의식'이 교권(敎權)을 무너뜨렸다고 지적한다. 부모들은 '애 기를 살려줘야 한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은 행위에 제약을 받지 않고 '모셔지면서' 자라다 보니 교사마저 우습게 본다는 것이다.
중앙대 교육학과 강태중 교수는 "교사들이 과거 권위의식을 버리지 못하고 학생들에게 감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젊은 교사는 교사직에 대해 가볍게 생각하고 시작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것도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