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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날로그 방송, 역사 속으로…첫 현장 울산 가보니

깨끗한 화면에 주민 만족도 높아…디지털 방송 성공 안착

 

울산지역 디지털방송 전환을 선포하겠습니다”

홍성규 방송통신위원회 부위원장이 16일 오후 2시 KBS 울산홀 1층 스튜디오에서 울산지역 아날로그 TV방송 종료를 알렸다.

홍성규 방통위 부위원장 등 관계자들이 아날로그 방송 종료버튼을 누르자 TV 신호가 갑자기 끊어지면서 지글거리는 빈화면이 나타났다.

TV방송의 새 시대를 선사했던 아날로그 방송이 디지털방송에 자리를 내주고 역사속으로 퇴장하는 순간이다.

울산에서는 1970년 처음으로 쏘아올린 아날로그 신호가 42년만에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것이다. 1980년대 컬러TV 등장이후 또 다시 펼쳐질 방송의 새역사를 울산이 쓰고 있었다.

 

16일 KBS 울산총국에서 열린 ‘울산광역시 디지털방송 전환 선포식’에서 홍성규 방통위 부위원장(왼쪽 다섯번째)과 박맹우 울산시장(오른쪽 네번째) 등 관계자들이 아날로그 방송 종료버튼을 누르고 있다

 

울산, 디지털수신기기 보급률 99.7%  

울산은 이날 오후 2시부터 아날로그 TV방송이 종료됐다.

디지털컨버터 등 수신장비를 설치하거나 아날로그 TV를 디지털 TV로 바꿔야 TV시청이 가능하다.

정부는 올해 12월 31일 오전 4시에 지상파 TV 아날로그 방송을 전국적으로 종료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일시 종료로 발생할 국민불편을 감안해 지난 1일 종료준비가 잘 돼 있는 지역부터 차례로 종료하기로 했다.

 

아날로그 방송이 종료되자 전면 하단의 아날로그 신호를 수신하던 TV 화면이 빈화면으로 변했다

 

첫 대상지역으로 울산이 선정됐다. 디지털방송수신기기의 보급률이 99.7%로 전국에서 가장 높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울산의 아날로그방송 종료를 위해 작년 11월부터 10개월 동안 아파트 공시청 개선 19개 단지, 시청자 지원 1400건, 콜센터 응대 7000여건 등 사전 준비작업을 추진했다.

6월 20일부터 TV 화면 전체를 안내자막으로 가리고 가상종료를 실시해왔으며, 런던올림픽이 끝난 이후인 이날 방송을 종료했다.

홍 부위원장은 “울산지역의 성공적인 아날로그 방송 종료는 앞으로 수도권 종료 등 일련의 종료일정을 무난히 수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줬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방송사, 제조사, 유관기관 등과 협력을 더욱 강화해 12월 31일까지 지역별 순차 종료를 성공적으로 추진하며, 저소득층과 장애인을 포함한 모든 국민이 디지털 방송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모든 정책적 노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홍성규 방통위 부위원장이 16일 오후 2시 KBS 울산홀 1층 스튜디오에서 열린 ‘울산광역시 디지털방송 전환 선포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이젠 깨끗한 화면이 나오네요”

아날로그 방송 종료 이후 디지털수신기 교체 작업이 한창인 울산시 남구 신정동 주택을 찾았다.

홀로계신 노인이 살고 있어, 정부 신청서 작성 방법을 잘 몰라 지금껏 신청을 하지 못한 어르신의 신청서를 대신 작성하고 디지털컨버터 수신기를 달아주기 위해서다.

차량 내비게이션에 주소를 지정하고 인근 골목으로 접어들길 수차례. 울산제일병원 뒤쪽 상가와 연립주택 들이 뒤엉킨 골목에서 최원태(74)씨의 주택을 찾는 것조차 쉽지 않았다.

최씨의 집으로 들어서자 거실에는 10년 넘은 브라운관 TV가 놓여있다. 이날 아날로그 방송 중단으로 TV시청은 불가능했다. 한국전파진흥협회에서 파견나온 직원들이 디지털방송 전파수신을 위한 실내 안테나를 설치중이었다

 

 

울산디지털방송 전환 지원센터 직원들이 디지털컨버터를 설치한 뒤 안테나의 수신상태를 점검하고 있다.

 

“문수산 중계소로 부터의 전파 수신이 좋은 편이라 별도의 외부 안테나는 설치하지 않았다. 디지털컨버터 수신기 설치는 의외로 간단했다. 입력과 출력 단자를 연결하니 말끔한 화면이 나왔다.

울산디지털방송 전환 지원센터 직원이 최씨에게 리모컨 작동방법을 상세히 알려줬다. 직접 끄고 켜기를 반복하더니 금방 익숙해졌다. 
 
최씨는 “평소에는 5번(KBS1)밖에 안나왔고 그 마저도 화질이 좋지 않았다”면서 “불편을 감수하고 TV를 시청했는데 이제 아주 선명하게 잘 나온다”고 만족스러워했다.

그는 “최근에는 아날로그 방송 가상종료 등으로 뉴스조차 볼 수 없었다”며 “이제 뉴스를 보면서 세상 돌아가는 것도 알 수 있다”고 기뻐했다.

박길환 울산디지털방송 전환 지원센터 총괄팀장은 “디지털컨버터 신청은 일반인의 경우 우체국에서, 저소득층이나 장애인, 국가유공자들은 인근 주민센터에 간편하게 신청할 수 있다”며“인터넷이나 124번으로 문의해도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국가유공자 등은 디지털컨버터 설치비용이 전액 무료다.


일반인의 경우 시중에서 8만~10만원 정도에 컨버트를 구입해 설치할 수 있으나, 정부에 신청할 경우 2만원의 보증금을 지불하면 설치가 가능하다. 물론 내년 3월 31일까지 디지털컨버터가 필요없는 DTV를 구매해 반납하면 2만원의 보증금은 돌려준다.

이날 울산시민들은 성공적인 디지털방송 전환으로 지금보다 5배 이상 더 선명하고 깨끗한 화질의 방송과 고품격 콘텐츠 혜택을 누리고 있었다.

지상파 아날로그 TV방송은 이날 울산을 시작으로 9월에는 충북(24일), 10월에는 경남(4일)과 부산(9일), 대전·충남(16일), 전북(23일), 강원(25일), 광주·전남(30일) 등 6개 지역에서 서비스를 종료한다.

11월에는 대구·경북(3일) 서비스를 중단하고 12월31일에는 수도권 전지역에서 지상파 아날로그방송을 시청할 수 없게 된다.

하지만 정부는 지역별 아날로그방송이 종료된 후에도 3개월 동안 디지털 컨버터 지원 등의 서비스를 추진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