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망을 넘어 절망적인 개그프로 웃고 또 웃고

실망을 넘어 절망적인 개그프로 웃고 또 웃고

MBC, SBS 사장님 코미디에 투자해 주십시오" 지난 연말 KBS연예대상 시상식에서 코미디 남자부문 최우수상을 수상했던 김병만이 코미디가 사라져 가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밝힌 소감이다. 현재 공중파에서 코미디 프로라고는 매주 일요일밤을 지키고 있는 KBS2 '개그콘서트'가 유일한 상황이다. 잘 나가는 프로들은 모두가 예외없이 리얼 버라이어티일 뿐만아니라 새로 생기는 프로들도 버라이어티들인게 현실이다.
리얼 버라이어티의 시대를 개척했다고 평가받고 있는 '무한도전'의 경우 유재석, 박명수, 정준하, 정형돈 등만 개그맨 출신들이고 노홍철은 종합방송인, 하하와 길은 가수들이다. '무한도전'과 비교되면서 쌍벽을 이루고 있다고 할 수 있는 '1박2일'은 더하다. 5명의 멤버 중에서 강호동과 이수근 단 2명만이 희극인 출신일뿐이고 나머지(은지원, 이승기, 김종민)는 모두 가수들이다. 게다가 중도에 하차한 2명의 멤버 김C와 MC몽도 가수였다.

- 개그콘서트 달인 코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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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미디 프로가 사라지고 리얼 버라이어티로 급격하게 대체된 이유는 아무래도 시대적인 변화가 가장 큰 요인이라고 할 수 있다. 예전처럼 슬립스틱 코미디가 먹히는 시대도 아니고 뻔히 짜고 치는 고스톱처럼 벌어지는 상황에서 별다른 재미를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구 심형래나 맹구 이창훈처럼 개성 강한 희극연기자도 없을고 김형곤, 최양락과 같은 천부적으로 타고난 개그맨들도 없어 보인다. 이중 삼중으로 막혀있는 형국이다.

그래도 한때 각 방송사를 대표하는 하나씩의 코미디 프로는 있었다. KBS의 '개그콘서트'를 비롯해서 MBC '개그야', SBS '웃찾사(웃음을 찾는 사람들)'가 바로 그 주인공들이었다. 하지만 현재 '개그콘서트' 외에는 모두 전멸한 상태다. "주현이 너~"와 "김기사 운전~해"로 한때 '개그콘서트'를 위협하기도 했었던 '개그야'나 "그런거야~?", "그때 그때~ 달라요" 등으로 '개그콘서트'의 아성을 흔들기도 했었던 '웃찾사' 모두 폐지되고 없다.

- 개그야 사모님 코너 -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 MBC가 개그 프로그램를 부활시키겠다고 선언했을때 적지않은 기대를 했던게 사실이었다. 단숨에 전성기의 영광을 재현할 수는 없어도 작은 발걸음이 언젠가는 큰 도약을 이룰 날이 올 것이라 믿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MBC가 '하땅사(하늘이 웃고 땅이 웃고 사람이 웃고)' 이후 새롭게 선보인 '웃고 또 웃고'는 그러한 기대를 무참히 짓밟아버린 절망적인 프로였다. 밤 늦은 시간에 그 프로를 보고 있는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니 그야말로 대책이 없는 개그프로가 아닐 수 없었다.

'웃고 또 웃고'는 재미도 없고 내용도 없으며 무엇보다도 출연진과 제작진의 열의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수십번의 아이디어 회의와 또 수십번의 리허설을 통해서 하나의 코너가 완성된다는 '개그콘서트'와 비교하면 그 수준차이가 하늘과 땅 차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였다. '승승장구'에 출연했던 김병만은 일주일 내내 개그콘서트 연습하느라 고향집에 내려갈 시간조차 없었다고 밝히기도 했었다. 그에 비하면 '웃고 또 웃고'는 극본도 수준 이하였고 연기도 병맛이었으며 출연진들의 자세에서 그 어떤 열의조차도 느낄 수가 없었다.

- 새로 시작한 웃고 또 웃고 -

어거지식 설정은 여전했고 시청자들은 웃지도 않는데 출연진들이 장난하듯이 먼저 웃는 행태도 고쳐지지 않았다. 게다가 도저히 웃을 상황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방청객들의 가증스러운 웃음 소리는 시청자를 짜증나도록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 정도라면 유치원 학예회 수준이라고 봐줄 수 밖에 없다.

 코미디를 살려달라고 말로만 외칠게 아니다. 그 이유를 몸으로 보여주어야만 한다. 설렁설렁 누군가 해주겠지 하는 나태한 마음이 아니라 나 아니면, 우리 아니면 안된다는 절박한 심정으로 말해야 한다. 그렇지만 평소 코미디 프로가 더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했던 나조차도 이런 저질 코미디 프로를 보고 있느니 차라리 발닦고 잠이나 자는게 낫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으니 과연 누구의 책임이라고 해야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