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초 위기에 몰린 '나는 가수다'가 남긴 교훈은?
프로그램에 한 획을 그었다고 인정할 수 밖에 없을 만큼 대단한 관심을 받았었다. 5%도 안나오던 '일밤'의 시청률
을 무려 10% 가까이 끌어 올리면서 '1박2일'의 아성을 위협할 정도로 성장했기 때문이 아니다. 이땅의 실력파
가수들로 하여금 마음껏 노래부를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그들의 노래를 통해서 위로를 받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상처 뿐인 영광'이기는 하지만 뜨거웠던 지난 한 달 동안 '나는 가수다'가 남긴 교훈들을 되짚어 보자.
이 땅에서 내노라하는 가수들이 모였으니 관심이 쏠릴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하는
김건모를 비롯해서 이소라(19년차), 윤도현(18년차), 박정현(14년차), 김범수(13년차), 백지영(13년차)
, 정엽(8년차) 등의 노래를 한 자리에서 들을 수 있는 기회는 그리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
발표 당시에는 크게 주목받지 못했던 이소라의 '바람이 분다'와 박정현의 '꿈에'가 다시 재조명을 받은데 이어
첫번째 미션곡이었던 윤도현의 '나 항상 그대를'을 비롯해서 정엽의 '짝사랑', 백지영의 '무시로' 이소라의
'너에게로 또 다시' 등이 관심을 받았고 두번째 미션곡이었던 김범수의 '제발', 김건모의 'You are my lady',
백지영의 '약속', 박정현의 '첫인상', 윤도현의 'Dash', 이소라의 '나의 하루', 정엽의 '잊을게'는 음원순의
상위권을 휩쓸기도 했다.
요즘 음반시장이 불황이라고 하지만 이는 음반이 안팔리기 때문이 아니라 살만한 음반이 없기 때문이라고 해석
해야할 것이다. 실력파 가수들 보다는 아이돌이 판치는 상황이 만든 비정상적인 현실에서 '나는 가수다'
출연진들의 노래가 크게 사랑받고 있다는 점은 분명 시사하는 바가 크다. 대중은 노래에 목말라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 목마름을 '나는 가수다'가 채워주었다.
그 보다는 방송 전부터 서바이벌을 강조하고 "오늘밤 첫 탈락자가 나온다"며 수시로 떠들어대던 제작진의 호들갑과 설레발이 문제였다.
시청자들이 배신감을 느겼던 것도 바로 그 때문이었다. 무심코 던졌놓았던 낚시의 부작용이었던 것이다.
또한 현장감을 높여주려는 목적으로 지극히 개인적인 모습까지 방송으로 내보내는 오류를 범하고 말았다. 자극적인 내용을 통해서 긴장감을
높여보겠다는 의도였겠지만 너무 긴장감이 높아진 나머지 폭발하는 단계에까지 이르고야 말았다. 3회 방송이 끝난 후 비난의 중심에 서야했던
이소라, 김제동, 김건모에 대한 비난은 그들이 아니라 제작진에게로 향했어야만 했다. 미끼를 던진 것도 제작진들이고 낚시로 유인했던 것도
제작진들이기 때문이다. 제작진들도 상처를 입었겠지만 애꿎은 출연진들 또한 씻을 수 없는 상처로 남고 말았다.
정상적인 생각이다. 그러나 가능하지 않은 일인줄 알았다면 가급적 빨리 둘 중의 하나를 선택해야 뒤탈이 없게 된다. 돈을 원한다면 명예는 버려야
하고 사랑을 선택했다면 우정은 잊어야 한다. 미모의 애인을 바란다면 지랄맞은 성격은 감수해야 하는게 현실이다.
'나는 가수다'의 경우 '일밤'이라는 틀 안에 갇혀 있다보니 예능의 형식이 필요했던건 사실이었다. 그러다보니 첫회에서는 개그맨들을 동원하면서
노래보다 개그맨들의 멘트를 더 중요하게 다루는 어처구니없는 행태를 보이기도 했다. 기본적으로 예능과 예술은 한 배에 탈 수 없는 입장이다.
둘 사이에서 절충을 시도하다가는 자칫 배가 난파하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예능에 대한 강박관념은 노래에 집중하지 못하게 하고 어수선한 분위기를 조장하면서 스스로 프로그램의 격을 떨어 뜨리는 결과로 나타났다.
무려 165분 동안 진행되었던 '나는 가수다' 4부를 보면 이에 대한 답을 알 수 있다. 무대에 집중하고 가수들에게 맡기는 것이다. 3회에서
싸늘했던 반응이 4회에서 또 다시 뜨겁게 열광했던 것은 냄비 근성 때문이 아니라 쓸데없는 내용을 제외하고 노래에만 집중했던 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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