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휴계실 ♬♡/정보마당

날로 먹는 무한도전과 힘겹게 담아낸 1박2일의 차이


무한도전은 아무리도 몸으로 부딪혀야 제맛이다. 슬랩스틱 코미디까지는 아니더래도 흔히 몸개그라고 표현하듯이 넘어지고 자빠져야 무한도전다워 보인다.
무모한 도전으로 불리던 초창기에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을 통해서 웃음을 줄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평균 이하임을 자처(?)하던 그들이었으니 머리보다는
몸을 쓰는게 보다 더 자연스러울 수 밖에 없었다.
하지만 최근 몇주동안 무한도전은 거의 날로먹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정도로 정적인 코너의 연속이었다. 환경문제를 심도깊게 표현했던 12월 18일 '나비효과'
 이후로 '연말정산 뒤끝공제'(1월 1일), '정총무가 쏜다'(1월 8일), '타인의 삶'(1월 15일), '데스노트'(1월 22일), 'TV는 사랑을 싣고'(1월 29일, 2월 5일) 등
무모한 도전보다는 거의 땜빵 떼우기식의 내용들로 일관했을 뿐이었다.


이는 멤버 중에서 정형돈과 길이 동시에 다리 부상을 당하면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기도 했겠지만 기본적으로 무한도전이 약해졌다고 하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을 수 밖에 없었다. 넘어진 김에 쉬어가는건 좋은데 그 쉬어가는 기간이 너무 길어지고 있는게 문제였다. 요즘같은 내용이라면 굳이 챙겨볼 필요까지는 없어 보이기까지 하다. 나중에 시간나면 보고 안봐도 그만인 내용들인 까닭에서다.
그런 무한도전이 모처럼 무모한 도전에 나섰다. '동계올림픽 국가대표들'을 통해서다. 강원도 평창의 매서운 한파 속에서 진행되었던 침낭 봅슬레이는 모처럼 무모한 도전급의 웃음을 전해주었고 단체미션인 빙벽타기에서는 훈훈한 감동까지도 안겨주었다. 지나치게 감동을 담으려다 보니 뒷부분 들어서는 다소 쳐진감이 없지 않았지만 참신한 아이디어였던 침낭 봅슬레이가 모든 부족한 점을 상쇄하고도 남았다.


1박2일 또한 머리를 쥐어짜며 보는 프로가 아니다. 앞잡이로 대변되는 이수근의 잔머리와 은대장으로 불리는 은지원의 순간적인 기지 그리고 무엇을 하든지 허당 이미지를 벗지 못하는 엄친아 이승기와 무조건 우기고만 보는 강호동 그리고 아직 자신의 정체성을 찾지 못한 김종민까지 모여서 서로 눈치는게 전부인 이유에서다. 머리가 좋다고 이기는 것도 아니고 잘났다고 혜택이 있는 것도 아니다. 그때 그때 상황에 따라 다를 수 밖에 없는게 1박2일의 재미다.
신년초부터 1박2일은 시청자들에게 큰 감동을 안겨주었었다. 외국인 노동자 특집편을 통해서였다. 가족을 고향에 남겨두고 멀리 타지에서 고생하는 외국인들을 이해해 가는 시간도 의미가 있었지만 그보다는 그들이 그토록 그리워하던 가족들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마련해 줌으로써 보는 이들로 하여금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금 깨닫게 해주었고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적시도록 만들었었다. 1박2일 제작진에게 박수가 쏟아졌음은 물론이다.



하지만 그 후 1박2일은 그 감동을 이어가야 한다는 강박증을 가진듯하다. 멤버들의 부상으로 무한도전이 속도조절을 하고 있을때 1박2일은 쉬지않고 몰아 붙이려 했지만 이는 결과적으로 패착이 되고 말았다. 1박2일이 설악산 종주에 나선것은 감동에 대한 욕심 때문이었음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이다. 올바른 겨울 산행을 안내하고 눈으로 뒤덮여 있는 설악산의 아름다움을 전해주고픈 마음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는 지리산에서 감동을 만들어냈던 '남자의 자격'처럼 또 한번의 감동을 이어가길 바랬던 걸로 보인다.그러나 이번 설악산 종주를 통해서 감동을 경험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설악산의 비경에 대해서 감탄하고 출연진들과 제작진들의 고생에 안타까워 하기는 했겠지만 그렇나 모습이 가슴 벅차게 느껴지지는 않았다는 의미이다. 살을 에이는 바람을 뚫고 대청봉에 서서 떠오르는 일출을 바라보는 모습이 전파를 타기는 했지만 출연진들은 호들갑 떨기에 정신이 없었고 흐르는 음악이나 자막은 억지로 보이기에 충분했다. 시청자로 하여금 알아서 감동을 느끼도록 내버려두지 않고 자신들이 어거지로 감동을 전하려 하고 있었던 것이다.



제1회 무한도전 동계올림픽을 치렀던 무한도전 멤버들도 고생했지만 그보다 더 오랜 시간을 추위와 싸워야 했던 1박2일 멤버들만은 못할 것이다. 하지만 2주동안 방송되었던 1박2일에 비해 단 10여분 정도만 방송에 나왔던 무한도전의 울림이 더 컸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하겠다. 감동이란 감정은 억지로 만들어지는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나온다는 것을 외국인 노동자들의 눈물을 통해서 배우지 않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