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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진으로 남은 감동, 당산대지진(唐山大地震)



어제저녁에 부산에 있는 형수와 며칠 만에 전화 통화를 하게 되어 안부를 묻게 되었는데 잘 된 영화라며 보라고 했던 당산대지진이란 중국영화를 봤느냐고 물어봐 보지 않았다고 하며 난 자연재난을 영화화한 것은 그렇게 보고 싶지 않다고 했더니 당산대지진은 자연재난 영화라기보다는 관람객에게 눈물을 흘리게 하는 정감과 윤리의 문제를 담고 있으니 아내와 함께 보라고 다시 권한다.
형수의 권유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이렇게 적극 추천을 하니 마음을 고쳐서 보게 되었는데 뜻밖에 이 영화를 보며 나 자신도 생과 사의 갈림길에서의 윤리적 선택 문제를 아주 적절하게 다룬 영화란 생각을 하며 감동적으로 이 영화를 보게 되었다.
영화 제목이 <당산대지진>인 것과는 달리 원작 소설은 <여진(余震)>이라 영어 타이틀은 After shock라 붙어 있는 것을 보게 되는데 원작 소설의 줄거리가 그대로 영화화된 것이라 해서 원작 소설에 주목하게 된다.
원작 소설인 <여진>이 출간된 것은 2009년 7월 1일로 쓰촨성에서 대지진이 난 2008년 5월 12일이니 이 작가는 대지진으로 중국 전체가 애도의 물결로 넘쳐날 때 이 소설을 쓰기로 작정하여 출판한 셈이다.
그러면서 사천 대지진 이전에 역사상 가장 많은 희생자를 냈다는 1976년 7월 28일 발생한 당산대지진과 사천대지진 간의 32년 이란 시차를 당산에 사는 한 가정에 예기치 않게 닥친 불행의 시점에서 발생한 이산의 아픔이 32년 후 같은 성격의 불행을 몰고 온 대지진이 또 발생한 시점을 통해 치유할 수 있게 해 놓았다.
중국의 인구 100만 명이 살고 있던 당산이란 도시에 가난하지만, 행복한 가정을 꾸미며 살고 있던 아주 평범한 한 가정의 어머니로 하여금 지진으로 닥친 재난 속에서 자신의 선택에 의해 하나는 죽고 하나는 살 수 있는 상황에 닥치게 한 것으로 이 영화(소설)의 큰 줄거리는 시작한다.
누구라도 이런 상황에 놓이게 된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하는 윤리적 선택의 문제는 아무리 그 결정을 내릴 때의 상황을 다 고려한다 해도 그 선택에 의해 버림을 받게 되면 그 자체는 피해자가 된다. 재난의 상황이 가해자와 피해자를 만들어 버린 셈이다.
1녀 1남을 둔 한 엄마가 내린 선택은 중국적 남아 선호였다. 어린 딸은 남아 선호에 의해 버림을 받아 죽었어야 마땅한데 극적으로 살아남게 되고 어린 딸은 중국 해방군 부부에 의해 고아 아닌 고아로 취급되어 입양된다. 그 후 양부모의 정성어린 보살핌으로 의과대학까지 진학하고 성인이 되나 어린 마음에 못 박힌 엄마와 동생에 대한 배신감은 32년간이나 지속하게 된다.
의과대학에 입학할 때 알게 된 대학원생과의 관계로 임신하게 되지만 남자로부터 어린 나이에 난 아이 덕분에 행복한 삶을 포기하게 될지도 모른다며 낙태를 권유받자 아이를 낳기로 하고 남자를 떠나 양부모에게도 알리지 않고 자취를 감춘 딸은 영어 과외선생을 하다 16살 더 먹은 캐나다 변호사와 국제결혼을 하여 캐나다에서 자신의 난 딸을 키우며 살다 보니 자신이 난 딸은 18살이 된다.
평화롭게 지내던 어느 날 중국의 사천에서 대지진이 일어난 사실을 남편에게서 듣게 되자 당산대지진의 악몽이 떠오르지만, 자원봉사자로 대지진 현장에 가서 구조활동을 하다 자신의 처지와 비슷한 경우를 목격하게 되어 마음이 움직이던 중 항저우에서 공부를 끝내고 자리를 잡은 친동생도 사천대지진 소식을 듣게 되자 자원봉사자로 참여하게 되어 두 오누이는 우연히 만나게 된다.
32년 만에 죽은 줄 알았던 딸과 만난 엄마와 딸의 극적인 만남이 아주 감동적으로 그려지면서 이 장면에선 나도 눈물이 핑 돌아 나오니 휴지를 찾아 눈물을 닦게 되었으니 이 비극적인 장면보다는 서로 용서해 줄 수 있는 모녀가 뜻하지 않게 가해자와 피해자가 되어 32년간이나 딸의 고의로 만나지 않게 되었던 응어리가 풀려가는 것에 감동되어 눈물이 나오게 된 것이다.
소설 속에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 낸 이야기가 두 번의 대지진이란 자연적 대재앙을 배경으로 극적인 전환을 통해 감정몰입을 끌어내는 데 성공을 한 것이다. 그래서 부산의 형수는 내가 자연재앙을 배경으로 해서 인기몰이를 했던 해운대란 한국영화를 너무 재미없게 보게 되어 보지 않겠다고 했더니 전혀 그렇지 않을 것이라며 꼭 보라고 했던 이유를 알게 된다.
물론 아주 합리적이며 지적으로나 인간의 도리 면에서나 훌륭한 양부모를 중국 해방군 부부로 등장시킨 것이나 얄팍한 사랑놀음을 하며 임신을 시킨 중국의 대학원생보다 서양인으로 나이는 많아도 가정적이고 사생아를 기르는 여자를 아내로 맞이하여 행복한 가정을 꾸미게 하여 의도적으로 한쪽을 심하게 비하한 것에 심한 거부감이 느낄 관람객도 많을 것 같다.
하지만, 남아 선호사상에 버림받고 같은 동포에게 버림받은 중국 여자가 생존을 위해 주위의 시선에 아랑곳하지 않고 과감하게 서양인을 맞아 외국에 가서 행복한 가정을 꾸며 사는 모습은 미국에 가려고 양공주 노릇을 하며 미군을 유혹하여 결혼하여 미국 땅에 가서 살며 한국 사회에 아직도 남아 있는 남아선호와 여자에 대한 차별에 보란 듯 행복한 가정을 꾸미고 사는 한국 여자도 꽤 많이 보게 된 나로서는 공감이 가게 된다.
따라서 이 영화를 좀 더 들여다보면 원작 자체에서 그랬는지는 알 수 없지만, 이 영화에서는 공교롭게도 당산대지진이 일어나고 나서 얼마 안 된 1976년 9월 9일에 사망한 모택동의 죽음과 다시 재기에 성공한 등소평에 의해 개혁개방의 시대를 맞은 공산당이 지배하는 중화인민공화국이 대재앙이 발생했을 때 보여준 단합된 모습과 극복을 찬양하며 국민을 위무하는 영화로서 그 목적에 잘 맞게 제작되어 성공을 거둔 영화라 할 수 있다. 
2007년 11월 12일에 대지진이 난 당산(唐山)을 차를 타고 지나가게 되었다. 당산은 새로운 도시로 다시 태어나 있는데 당산을 조금 지나 우리가 열하라고 알고 있는 승덕(承德)을 가며 보니 이곳은 광산이 많은 곳으로 또 다시 언제 지진이 일어날 지도 모를 그런 지층을 갖고 있는 것 같았다. 차를 타고 노출된 단층을 보며 중국 내륙에 지진이 또 일어날 지 모른다는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얼마 안 지난 2008년 5월 12일에 사천성에서 대지진이 일어나게 되니 섬뜩함을 느끼게 되었다. (2011년 2월 15일 작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