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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마른 감성의 극단 표출 - 영화 ‘블랙스완’


메마른 감성의 극단 표출 - 영화 ‘블랙스완’

귀국 길 구름 위에서 ‘블랙스완’을 졸린 눈으로 보다가 점점 빠져드는가 싶더니 결국 마지막 장면이 싸한 여운을
남기며 머리 한 구석에 불편하게 총상처럼 남아있다. 왜 그걸 예측 못했을까 ? 평범한 시작이 처절한 종말을 맞을
줄은 미처 생각을 못해서일까 ? 결국 그렇게 가야 한다는 것을 왜 몰랐을까 ? 아님 너무나 평범한 한 인간의 희생
으로만이 비로소 꽃피운 예술의 정점이 못내 싫어서일까 ? 그것도 아니면 니진스키가 너무 미워서일까 ? 그마저 아니면
 동병상련 ??
김연아의 빙판위에서의 연기 모습을 보면 다른 선수들과 좀 다른 점이 눈에 띈다. 기술은 다 비슷할지라도 이 선수는 다른
선수들이 부족한 것을 꿰 차고 있다. 감성이 뛰어나 그로부터 자연스럽게 우러나는 표현력이 발군이고 자연스럽다. 모든
 예술에는 감성이 매우 중요한 것처럼 발레도 예외가 아니다. 발레도 연습이던 훈련되는 그 모든 것에 앞서 타고난 감성
으로 마음에 강한 느낌으로 각인되어 몸의 동작으로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것이야말로 가장 핵심적 요소라 할 수 있다.
결국 타고난 감성의 소유자야 한다는 것이다.


엄마의 못다 이룬 꿈을 딸은 착하게 순종하며 그 기대에 울며, 고함지르며, 토하며, 피에 놀라며 오직 단 하나 주연에 매달린다. 그것이 어찌 엄마의 착한 바람으로만 가능한가 말이다. 하늘에 빌어도 그 간절한 소망은 결코 이루어지지 않는다. 반발이 발악이 되며 청순함에서의 일탈만이 주인공이 될 수 있었으며 꽤 찬 주인공 자리는 메마른 감성만으로 더 큰 파괴를 불러올 뿐이었다. 이제 파괴는 일상생활이 되었으며 파괴적 생활이 감성을 낳고 음울한 신천지에서 주인공은 자연스럽게 자기 표현을 할 수 있었다.

동성애, 자위 행위, 잔인한 자해, 마약 흡입 등 이 모든 것이 어디까지가 실제 일어난 사건이고 어디까지가 망상인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다만 블랙스완의 어둡고 침체스럽고 음흉한 찬탈을 완벽한 자아의 표출을 통해 나타내기 위한 과정이었을 뿐이다. 그 모든 것이 혼합되어 용광로에서 터져 나오는 시뻘건 쇳물이 급속하게 식어 검은 색의 강철로 변한 그 블랙스완 만이 무대 위에 있었을 뿐이다.

망상의 끝을 극렬하게 보여준 마지막의 반전은 충격적이다.

인간 감성 표출의 개인적 한계가 어떤 것인지를 극명하게 보여준 충격이랄까 ? 그 모든 것이 너무 잘 표현되어 있다. 같은 특별한 천부적 재능이 없는 한 인간으로서 동병상련을 느낀다.

영화 전체에서 니진스키가 생각나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뇌리에서 그 잔인한 충격은 언제쯤 사라질까 ?

감독 이 친구 참 대단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