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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성 회복을 조용히 묵상하게 만드는 영화 “K-Pax”

인간성 회복을 조용히 묵상하게 만드는 영화 “K-Pax”


제주를 향해 몬트리올을 떠날 때 큰 아이가 비행기 안에서 감상하라면서 내 컴퓨터에 저장해

준 영화가 몇 개 있었다.  이른바 자기가 뽑은 최고의 영화 5 중 네 개가 그것이었는데, 그 영

화들 중 이미 두 개(영화 “쇼생크 탈출”, “3 idiots”)에 관한 나의 감상은 이미 올렸고, 남은

두 개 중 하나인 이 영화에 관한 이야기를 지금부터 해볼까 한다. 

 

참 그 전에 혹시 남은 또 하나의 영화가 뭘까 궁금해하실 분들을 위해 소개를 하자면 그건 얼

마 전 대단한 화제를 일으킨 영화 “인셉션”인데, 물론 나도 영화관에서 이 영화를 관람했었고

또 아들이 저장해준 걸로도 다시 한 번 감상을 했었지만, 여전히 그 영화의 내용을 다 파악했

다고 말하기가 주저되는 관계로 아직까지 그 영화에 관한 감상은 내 머릿속에만 머무르고 있

다는 걸 아울러 밝힌다. 

 

그리고 이건 또 다른 이야기지만 새로운 영화가 계속 나오고 있는 탓에 얼마 전 아들은 내게

자신의 탑 5에 또 하나가 추가되었는데, 바로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콜린 퍼스가 주연남

우상을 수상한 “킹즈 스피치”라고 하면서 이 영화도 내게 강추했다.  그러니 기회만 허락한

다면 나는 이 영화 또한 언제든 감상할 예정이다.

 

그러면 이제부터는 정말 영화 “K-Pax”에 관한 이야기를 시작하겠는데, 무엇보다 나는 이 영

화에서 주인공 프롯 역을 맡은 케빈 스페이시를 참 좋아한다는 이야기를 먼저 해야겠다.  그

를 처음 본 건 영화 “세븐”에서였는데, 그때 난 그의 섬찟하면서도 능글맞은 연기를 보면서

잭 니콜슨 계열(?)을 잇는 또 하나의 스타 탄생을 예감했었고, 그의 연기력은 그 후 영화 “유

주얼 서스펙츠”에서 물이 올랐다가, 드디어 영화 “어메리칸 뷰티”로 그만의 독특한 분위기

를 결국 자리매김하게 되었다고 여겨지는데 그 후부터는 그가 나오는 영화는 별 망설임 없이

그냥 선택,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그를 보면 뭐랄까, 그의 선량한 눈빛에서 우리 인간의 근원적인 서글픔과 연민을 떠올리게

되기도 하지만 또 한 편으로는 그러한 외적인 분위기에 반하는 내적인 광기가 감지돼 다소

야릇한 감상에 휩싸이게 되는 게 사실이다.  물론 이러한 나의 감상은 그가 지금까지 맡아온

역할에서 받은 나의 느낌이 충격적이랄까 혹은 무척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그걸 제외

하고도 그에게서는 뭔지 모를 불협화음의 분위기가 감지된다고 표현하면 얼추 내 느낌과

비슷한 묘사가 되려나?


아무튼 그런 이유로 이 영화 속 인물인 프롯 역에 그만큼 딱 맞는 인물이 있을까 싶었던 게 내

느낌이었는데, 엄밀히 말하자면 프롯은 정신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지만 그의 선한 눈빛

과 순진무구한 표정, 그리고 타인을 진정 배려하고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키는 그의

선량함에는 나도 모르게 순수한 감동을 받게 되었다는 얘기다.

 

그리고 가장 놀라운 일은 그가 그렇게나 잔혹하게 자신의 가족을 잃고서도 본래의 인간의 순

수성을 지킬 수 있었던 것과 자기만큼 아픈 이들은 물론 정신병을 가진 환자들을 돌보는 정신

과 의사인 마크에게까지 자신의 선량함을 전파하는 장면은 오래도록 내 기억 속에 머무를 것

같다.

 

아마도 기억을 잃고 과대망상증에 사로잡히거나 또 다른 정신질환으로 고통 받는 이들은 그만

큼 세상과 타협할 수 있는 내적인 힘이 부족한 이들이겠지만 이런 그들을 그저 의지 박약한 자

들로 치부하는 것은 결코 옳은 생각이 아니라는 게 내 사적인 견해인데, 이 영화를 보면서도

나는 슬픈 과거를 송두리째 지우고 싶었던 한 가장의 고통이 고스란히 내게 전달됨을

느끼면서 그런 그가 끝까지 숭고하게, 때론 유쾌하고도 긍정적으로 자신의 아픔을 껴

안은 것은 물론, 자기 주변인들에게까지 좋은 영향을 미치는 모습에 무척이나 감동을

받게 되었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이는 이들에게 그가 던져주는 희망을 보면서 우리네 삶이란

바로 이와 같은 것이어야 할 거라고 생각했다.  대개 기쁨보단 고통이나 어려움이 더 우리를

무겁게 짓누르는 빡빡한 현실에서 바로 이렇게 우리의 인간성을 회복시키는 역할을 자처

하는 이가 있음으로 서로에게 위안과 위로가 되고, 이렇게 서로 나눌 수 있는 걸 나누

는 게 바로 우리들이 꿈꿔야 할 일이 아닐까 라는.  그리하여 마침내 우리의 숭고한 인

간성을 되찾게 되지 않을까 라는 그런 생각을 해봤다.

 

바로 이런 점에서 이 영화가 우리들에게 시사하는 바는 단지 영화에서 보여지는 그 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아울러 과연 우리들의 인간성이란 무엇이고, 본래의 순수한 인간성이라는 게

존재하는 게 맞는다면 과연 그러한 인간성을 회복하기 위해서 나는, 우리들은 과연 무

엇을 해야 하고, 무엇을 할 수 있을까에 대해 조용히 묵상해 봤다.  참 많은 생각거리를

던지는 영화가 분명하다.